전통과 역사

우리는
수천년 전부터 이미 우리 조상님들은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해 왔습니다. 이러한 고귀한 가치가 언제부터인지 무시 혹은 경시되고 물질만능의 저급한 가치로 치환되어 이제는 홍익인간의 가치는 박물관에 가도 찾아 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는 어떤 사회과학의 법칙일까요?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과 가치는 어디로 사라지고 없을까요? 복원할 수 있을까요? 없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혹시 지금이 바로 다시 뭔가를 해야하는 시간이 아닐까요?
고조선에서부터 고려에 이르는 시기에는 세계사적인 조류를 생각해 보면 정상적이고 높은 문화수준을 영위하며 국가로서 손색없이 세계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불행은 근대부터 시작합니다. 19세기 조선왕조는 새로 불어오는 근대화 물결을 수용하기에는 너무 노쇄한 왕조였습니다. 제국주의가 만연한 국제질서는 조선왕조가 새로운 사조에 대응할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기다려 줄 수 없었습니다. 조선은 비교적 평화로운 환경에서 독립적인 왕조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것은 동시에 국제사회 변화의 충격을 제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는 창구가 중국이었던지라,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패배로 종이 호랑이가 되었던 중국의 몰락은 조선왕조가 당황하며 새로운 국제정세를 파악하고 적응하는데 성공하기가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이러한 노쇠한 조선왕조는 대한제국으로 국호를 바꾸어가며 때늦은 근대화 작업을 시작해 보지만,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왕조를 마감하게되고 결국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됩니다.
조국을 잃은 우리 선조들은 거치른 만주 벌판을 헤매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성공하지 못하던 중,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게 되며 조국을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독립투사들의 열망과 희생은 우리 독립의 초석이 되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지만, 한편으로 제2차 세계대전과 전후처리 과정의 결과라는 측면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후 대한민국의 수립과정은 우리민족의 바람과는 다르게 외세의 영향력과 우리민족의 혼돈과 분열의 결과로 어정쩡한 모습으로 출발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어정쩡한 출발은 이후 대한민국의 발전과정에 많은 난제를 안겨 주었으며 아직도 우리는 일정부분 이 질곡하에 있게 되었습니다. 이 후 등장한 정통성없는 정권들과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일본잔재는 그들에게 역사 비틀기에로의 유혹을 떨쳐 버릴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는 일제하의 한민족 지우기의 작업과 묘한 조화를 이루며 대한민국 근대사에 음영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민족의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으로 근세에 유례가 없는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로 발돋음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는 도움을 주는 일에 주저하고 망설이고 있습니다. 이는 몸은 성장했지만 마음은 아직 성장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는 아름답고 고결한 전통을 가진 민족입니다. 그러나 이 전통을 계승하지 못한 이유는 근세에 이르러 급변하게 변화하는 국제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제때에 적절한 방법으로 새로운 근대국가를 형성하는데 실패한 결과 입니다. 아직도 우리는 남북전쟁 이후 70여년을 휴전상태로 방치함으로써 다른 나라들이 일찌기 끝낸 통일국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통일국가는 상대방에 겨누었던 겨누었던 총부리를 거두고 서로 양보하고, 용서하고 이해하고 포용한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이 없다면 통일국가를 이룰 수 없고, 이러한 경험의 부족은 우리문화가 왜 아직도 서로 증오하고, 시기하며 과당 경쟁하고 여유없게 일상을 답답한 상태로 유지하는가를 이해하는 실마리가 됩니다.
청산되지 않은 일제 잔재와 정통성없는 정권의 후예들은 우리의 역사가 당쟁과 분열로 점철되어 있고 이러한 민족에게 압제와 자유의 억제가 정당하다고 주장합니다. 일본에 나라를 뺏기 것은 우리의 잘못이라고 주장하며 일본의 침략을 옹호합니다. 조선 왕조 실록을 생각해 보면 당쟁과 분열이 아니라, 왕정하에서도 적극적인 토론과 주장을하며 국사를 자유롭게 논의하는 오늘날의 민주적인 절차가 이미 조선 왕조에서 훌륭한 전통으로 자리하고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세계사적으로 눈을 돌려보면, 조선왕조가 얼마나 문명국이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왕조는 유기체로서 생노병사를 경험하게 됩니다. 500년 역사를 유지한 왕조가 세계사에서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 본다면, 조선왕조가 얼마나 위대한 왕국이었는지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선왕조의 침몰은 그저 노쇠한 왕조의 침몰입니다. 다만 그것이 새로운 근세의 과학문명을 앞세운 서구의 물결에 휩쓸렸을 뿐이죠. 어느 역사나 끝을 맞이합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제국 로마도 쇠망했고, 가장 광활한 영토를 가졌던 몽고도 쇠망했습니다.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 모든 왕국과 제국은 모든 별들이 결국 폭발을 거쳐 우주에 흩어지듯이 명멸합니다.
이제 우리 한민족은 21세기를 맞이하여, 모든 분야에 걸쳐 국제사회에서 포효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상승의 시간을 얼마나 오래 가져갈 것인가는 우리의 노력과 지혜,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하는 우리 문화의 포용성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이제 바로 그 역사의 시간을 준비할 때입니다.